흩뿌렸다
네가 아닌 나를
실려 간다 바람결에
내 비탄의 분점들


저 강물에 쓸려 가는 건
내 혼이다
소용돌이에 사라지는
내 시간이다
우리가 함께 하던 이 강가에서
입맞추듯 쓰러진 사랑

이제
나는 기억하는가

모래 자욱에 우리를 적셔 논
이 마음을 알고 있는가

내가 뿌려지는
······
너의 가슴인 이 고통
뿌리조차 잃은 어두운 빈 책柵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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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타오르는 불길
아직도 곡소리는 끊이지 않았다
누군지는 몰라도
보내기 두려운 한숨들

인형
너의 뼈와 살이 타고 피가 끓던 그 자리에서
누군가 또 자신을 태우고 있다
벌써 오래된 일처럼
너를 생각하며 난 한숨짓고
무언 갈 구걸하듯 불길 바라보다
이내 돌아 나와 버렸다

불길 같은 것일까
우리 사랑은
무섭게 타오르다
쉬 사그러 지는
희미한 네 모습이 점점 꺼져 가는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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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정녕 그대를 위해서인가
나의 이 외로움은
아직도 흐르는 이 눈물은
그대에게 바치는 비탄인가

오늘도
거리에서
병원에서
벽제에서
부딪치듯 너의 허리를 쫓고
지친 다리를 주저앉힌 역驛에서 쓰는 한편의 글
이것은 네게 바치는 묵도인가
극락을 기원하는 축원인가

한숨을 꺾으며
나를 잊고
쓰러진 마음이나 달래는
절망의 분풀이 같은
슬품의 분노 같은
감정 놀음은 아닌지

모르겠다
모르겠다

내가 어디 서 있는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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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침묵
앉아 있다
그 속에

바람
날아간다
모든 것이

앉은뱅이처럼
무언 갈 구걸하며
거리에
쓸려
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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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산다는 것은 좋은 것인가
바람이 불 때마다 네가 생각나는
아쉬움과 그리움에 내가 묻히는
좀더 살았어야 한다는
푸념이 줄을 잇고 있다만
그것이 그리 좋은 것인가
죽음은 어둡고 차가울 뿐인가
가 볼 수 없는
돌아올 수 없는
두려움의 곳
산다는 생존이 지겨우리 만치
그 너머의 곳은 웃음도 존재치 않는가
모습을 보여다오
인형
내 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
또는 네 뒤를 용감히 따라갈 수 있게
너를 위해 어떤 투쟁이라도 가능하도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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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거리에서
거리에서
이토록 느끼는 배고픔
배를 껴안고
주물러 봐도
들려 오는 신음 소리
보이는 것마다
잡히는 것마다
입 안에 집어넣고도
허기진 이 번뇌

무얼 먹어야 하니
무얼 채워야 하니
퍼런 하늘이 뿌옇게 서는
주저앉은 몰골이 기다리는 것은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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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쓰러진 나는 초상이다
우수에나 잠길 줄 아는
··털터리

하루 종일 허무에 찬 쉰 목소리
떠벌리다가 돌아설 길 없는 저녁 무렵
황혼의 길섶에 피를 토하는

아무렇게나 얽혀 놓은
숨겨 논 지난 계절의 실타래로
섣부른 미래를 장담한
혼통 뒤집어 쓴 뻣뻣한 변명들

진실 한 번
용기 한 번
진정 일어섬 한 번
다그쳐 솟아 보지 못한 허탈함이여

쓰러진 나는 초상이다
먼 눈길로
하늘 하나
땅 하나
애닯게 처다 보다
이내 눈을 감아 버린……

겨우 곤도라를 타고
하늘을 주름잡는 양
또 상상 속으로 묻혔다
파편 조각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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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불 !
불이다
붉은 이빨을 넘실거리며
살과 뼈에 침 흘리는
흡혈귀

인형
네가 저 속에 있다
내 고은 품 안에서
단 한번의 실수로
마법에 들 씌인 인형

저주를 풀 길은 없겠니
나를 도와 줄 요정을 찾고 찾았으나
공허한 하늘만이 남은 이 땅
인형
내게 돌아올 길은 없겠니

네 순수한 피가 흡빨리는
저 무서운 비명의 곡소리
살려 달라는 폭풍은
매일 밤 내 창문을 두드리고
잠 못 이룬 날이면 늘 젖은 채 머리맡을 서성이는
인형

불꽃은 더욱 험상궂어지는데
페르시안 왕자처럼
널 찾아갈 방도는 없겠니
어디든 갈 수 있는 도르시의 구두는 없겠니
널 구해 낼 정의의 칼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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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총부리를 겨눠 놓고
총부리를 겨눠 놓고
춤을 추다가
춤을 추다가
비통한 척 방아쇠를 당긴 건 나
비통한 척 방아쇠를 당긴 건 나
비련의 여인처럼 죽은 시늉을 한 건 나
비련의 여인처럼 죽은 시늉을 한 건 나
출혈에 쓰러진 사람은 따로 있고
출혈에 쓰러진 사람은 따로 있고
시선을 끌며 코메딜 한 건 나
시선을 끌며 코메딜 한 건 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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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


끝내 죽여 버렸다
쏟아지듯 가슴 맡기던 사람
외면한 채
달아나 버렸다
내쳐 버렸다

지난 오랜 세월
그렇게 많은 나를 네게 강요했듯
나를 위한 봉사와 수고를 요구했듯
마지막까지 네 의사와도 관계없는
희생의 제물로 제단에 올렸다

고작 이것인가
사랑한다는 아집과 편견으로
나를 향한 너의 숭고한 눈동자를 기만하며
끝내
너를 묻어 버렸다
지워 버렸다

네 아름다운 모습만을 나는 사랑했는가……
네 청명한 웃음만을 나는 사랑했는가……
네 의연한 고독만을 나는 사랑했는가……
잘나고 못난 그대 자체만을 나는 사랑했는가……
순수한 나를 받아들이길 원했듯
순수한 너를 받아들였는가……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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_ [오름, xdg]